내가 악센트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머리에 박은 계기는 에스페란토 학습이었다. 에스페란토에는 라틴어에서 유래하였음이 분명한 한 가지 발음규칙이 있으니, 반드시 단어의 뒤에서 두 번째 음절에 강세를 주라는 것이다. 라틴어 문법용어로 (단어의) 끝 음절을 울티마(ultima), 그 앞음절(뒤에서 두 번째 음절)을 파이눌티마(paenultima), 그 앞음절(뒤에서 세 번째 음절)을 안테파이눌티마(antepaenultima)라고 하는데, 난 용어를 혼자 번역하여 각각 역(逆) 1음절, 역 2음절, 역 3음절이라고 부른다. 라틴어는 상황에 따라 역 2음절, 또는 역 3음절에 강세를 두지만, 에스페란토는 언제나 역 2음절에 둔다.
대학생 시절 사귄 한 친구에겐, 선대로부터 인연이 닿아 친하게 지내는 멕시코의 老학자가 한 분 있었다. 그분이 한국 여행을 왔을 적에 나와 친구가 동행하였는데, 내 영어 실력은 별로였지만 에스페란토어로 말을 하면 그분이 대충 알아듣긴 하였다. 그때도 에스페란토의 규칙대로 역 2음절에 강세를 두고 말하였는데, 내 친구는 내 어투를 두고 "꼭 연극에서 대사하는 것 같아." 하고 평하였다. 나는 친구가 의도적으로 강세를 넣는 발화에서 연극배우가 연기하듯이 과장되이 말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추측했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강세를 지나치게 강하게 둔 탓일지도 모르겠다.
언어학에서는 악센트를 크게 강세 악센트(stress accent)와 고저 악센트(pitch accent)로 나눈다. 라틴어와 에스페란토어, 영어는 강세 악센트이고 일본어는 고저 악센트이다. 인도유럽어족 언어들 중에서 리투아니아어나 산스크리트어, 고전 그리스어 또한 고저 악센트인데, 원시인구어 또한 고저 악센트 언어라고 추측한다고 한다.
우리말에서는 경상도 사투리와 함경도 사투리가 매우 선명한 고저 악센트 언어이다. 하지만 한국어 방언들 중에서 가장 힘이 세고, 나 자신도 사용하는 현대 서울 말을 언어학에서 어떻게 분류하는지 모르겠다. 서울말에도 분명히 강세나 톤이 있지만 경상도 말과 비교하면 확연히 소리의 기복이 얕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이 흔히 단어의 첫 머리를 된소리로 발음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시를 '까시', 중국을 '쭝국'이라고 소리내는 식이다. 하지만 아무도 다리를 '따리'라고 하진 않는다. 이것도 현대 서울 말 나름의 악센트일까? 일단 내가 알아본 바로는 강세 악센트도, 고저 악센트도 아니라고 보는 모양이다.
통상적인 '악센트'로 분류할 만한 성질이 없는 서울말 때문인지, 영어 학습에서도 나는 개별 음소의 발음법을 연습하는 사람은 보았어도 어디에 악센트를 두는지 연습한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경상도 사람들은 이 문제에서 서울 사람들과는 다를까? 일본어 화자들은 모국어가 대표적인 고저 악센트 언어라서 그런지, 영어 발음을 따라할 적에도 강세를 어디에 두는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나는 영시(英詩)의 운율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싯귀의 뜻이야 해석하지 못하더라도 시의 운율감이라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무리 들어도 내 귀에는 운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유튜브에서 우연히 전통적인 영시의 작법인 약강 5보격(iambic pentameter)을 설명한 영상을 보고 나서야 뒤늦게 개념을 이해하였다. 개념을 이해하고 다시 들은 뒤부터 비로소 조금씩 영시의 운율을 느끼게 되었다. 악센트를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서 운율을 조성한다니 나로서는 상상하지 못한 길이지만, 라틴어 작시법에서도 비슷한 방법을 사용한다고 하므로 서구의 시문학에서는 흔한 접근법인 모양이다.
유튜브 Clamavi De Profundis 채널에서 올리는, 톨킨이 반지의 제왕에 수록한 시에 곡을 붙인 노래에서도 어디에 악센트를 두는지를 염두에 두자 조금씩 운율이 이해가 되었다. 톨킨은 누가 영문과 교수 아니랄까 봐 전통적인 약강 5보격이 아닌, 고대 영어 시절의 작시법이나 변칙적인 작시법을 골고루 사용했다고 한다. 영어 위키페디아에 따르면 영어권에서도 톨킨이 자기 판타지 소설에 수록한 시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호평과 비호평이 엇갈린다고 한다. 나에게는 톨킨 시의 수준을 평가할 만한 깜냥이 없지만, 적어도 내 귀에는 시의 운율감이 매우 좋게 들린다.
대학생 시절 사귄 한 친구에겐, 선대로부터 인연이 닿아 친하게 지내는 멕시코의 老학자가 한 분 있었다. 그분이 한국 여행을 왔을 적에 나와 친구가 동행하였는데, 내 영어 실력은 별로였지만 에스페란토어로 말을 하면 그분이 대충 알아듣긴 하였다. 그때도 에스페란토의 규칙대로 역 2음절에 강세를 두고 말하였는데, 내 친구는 내 어투를 두고 "꼭 연극에서 대사하는 것 같아." 하고 평하였다. 나는 친구가 의도적으로 강세를 넣는 발화에서 연극배우가 연기하듯이 과장되이 말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추측했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강세를 지나치게 강하게 둔 탓일지도 모르겠다.
언어학에서는 악센트를 크게 강세 악센트(stress accent)와 고저 악센트(pitch accent)로 나눈다. 라틴어와 에스페란토어, 영어는 강세 악센트이고 일본어는 고저 악센트이다. 인도유럽어족 언어들 중에서 리투아니아어나 산스크리트어, 고전 그리스어 또한 고저 악센트인데, 원시인구어 또한 고저 악센트 언어라고 추측한다고 한다.
우리말에서는 경상도 사투리와 함경도 사투리가 매우 선명한 고저 악센트 언어이다. 하지만 한국어 방언들 중에서 가장 힘이 세고, 나 자신도 사용하는 현대 서울 말을 언어학에서 어떻게 분류하는지 모르겠다. 서울말에도 분명히 강세나 톤이 있지만 경상도 말과 비교하면 확연히 소리의 기복이 얕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이 흔히 단어의 첫 머리를 된소리로 발음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시를 '까시', 중국을 '쭝국'이라고 소리내는 식이다. 하지만 아무도 다리를 '따리'라고 하진 않는다. 이것도 현대 서울 말 나름의 악센트일까? 일단 내가 알아본 바로는 강세 악센트도, 고저 악센트도 아니라고 보는 모양이다.
통상적인 '악센트'로 분류할 만한 성질이 없는 서울말 때문인지, 영어 학습에서도 나는 개별 음소의 발음법을 연습하는 사람은 보았어도 어디에 악센트를 두는지 연습한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경상도 사람들은 이 문제에서 서울 사람들과는 다를까? 일본어 화자들은 모국어가 대표적인 고저 악센트 언어라서 그런지, 영어 발음을 따라할 적에도 강세를 어디에 두는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나는 영시(英詩)의 운율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싯귀의 뜻이야 해석하지 못하더라도 시의 운율감이라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무리 들어도 내 귀에는 운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유튜브에서 우연히 전통적인 영시의 작법인 약강 5보격(iambic pentameter)을 설명한 영상을 보고 나서야 뒤늦게 개념을 이해하였다. 개념을 이해하고 다시 들은 뒤부터 비로소 조금씩 영시의 운율을 느끼게 되었다. 악센트를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서 운율을 조성한다니 나로서는 상상하지 못한 길이지만, 라틴어 작시법에서도 비슷한 방법을 사용한다고 하므로 서구의 시문학에서는 흔한 접근법인 모양이다.
유튜브 Clamavi De Profundis 채널에서 올리는, 톨킨이 반지의 제왕에 수록한 시에 곡을 붙인 노래에서도 어디에 악센트를 두는지를 염두에 두자 조금씩 운율이 이해가 되었다. 톨킨은 누가 영문과 교수 아니랄까 봐 전통적인 약강 5보격이 아닌, 고대 영어 시절의 작시법이나 변칙적인 작시법을 골고루 사용했다고 한다. 영어 위키페디아에 따르면 영어권에서도 톨킨이 자기 판타지 소설에 수록한 시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호평과 비호평이 엇갈린다고 한다. 나에게는 톨킨 시의 수준을 평가할 만한 깜냥이 없지만, 적어도 내 귀에는 시의 운율감이 매우 좋게 들린다.


덧글
훈민정음도 무슨 모음 어쩌고 서로 합을 맞췄었는데
글고 주변 사람들이 첫 자음을 격하게 발음하는 것은 사투리의 영향이랄까 모종의 오염 때문입니다.